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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끝나지 않을, 노년의 성을 대비하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9-03 조회 3646
내용
독신으로 살고 있는 소설가 K씨는 요즘 덧없이 삭아가는 육체의 고민을 호소하고 있다.
한동안은 남자라는 자존심 때문인지 ‘섹스쯤이야’라면서 마치 성욕 정도는 초월해 사는 사람처럼 굴더니 얼마 전부터는 ‘앞으로 발기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엄살인지 하소연인지 장탄식이 늘어졌다. 진화이론에 있는 ‘용불용설(用不用說)’의 취지에 따른다면, 잘 사용하지 않는 신체 기관의 퇴화나 무력화는 정해진 이치다. 그렇다면 독신인 그는 정말 걱정하고 있는 대로 모든 남성 기능이 퇴화되고 말까.

전문가 입장에서 말한다면, 그가 언제부터 성관계를 중단했는지 몰라도, 그대로 모든 것이 퇴화되어 열반(?)에 들 때까지 무용지물이 되리라는 단정은 성급하다. 1년을 쉬었든 10년을 쉬었든, 인간의 성기관은 물리적으로 망가지지만 않았다면 그가 살아있는 한 얼마든지 재활(?)이 가능하다. 또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런 힘을 되찾아야 한다.
남자는 젓가락 들 힘만 있어도 그것에 대한 욕망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잘못 됐다. 사람들은 ‘사람(man)’이라는 어휘를 습관처럼 ‘남자’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혼동하는 듯하다. 젓가락 들 힘만 있어도 욕망이 남아있다고 할 때 으레 그 주체로서 여자는 빼고 남자를 먼저 떠올리니 말이다. 진실은 ‘남자나 여자나’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오랜 관습을 보더라도 이런 무의식적인 관념은 뿌리가 깊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배우자와 사별했을 때, 사람들은 흔히 살아남은 사람이 여자일 때보다 남자일 때 그를 더 많이 걱정해주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여자보다는 남자의 재혼에 대해 더 관대하고 필요성도 더 높다고 생각한다.

자식들이 나서서 홀어머니를 위한 새아버지를 구하려는 경우와 홀아버지를 위해 새어머니를 구하려는 경우를 비교해본다면, 우리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차별의 뿌리는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방송의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이 ‘홀로된 우리 어머니가 재혼한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홀로 된 우리 아버지가 재혼한다면 평생 반대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2년 전 80세의 나이로 죽은 뉴욕의 저명한 잡지편집자 헬렌 걸리 브라운은 1962년에 독신여자들의 섹스를 주제로 하는 책을 써서 큰 사회적 반향을 얻었다. 요즘도 TV에서 방영되는 ‘섹스 앤드 시티’라는 테마드라마는 헬렌 브라운이 일으킨 사회적 반향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 때까지 독신여성들의(60년대는 주로 미혼의 ‘골드미스’들이 주제) 섹스는 미국사회에서도 그저 공공연하면서도 은밀한 얘기꺼리에 지나지 않았지만, ‘혼자 사는 여자들도 섹스를 즐긴다’와 같은 주제가 공개적인 매체에서 다뤄짐으로써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사실 그 충격은 사회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서 생겼다기보다는, 나만 알고 있는 줄 알았더니 이미 흔하게 일어나는 보편현상이었구나 하는 것을 확인한 데서 일어나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제 현대의 한국인들은 또 다시 (이미 공공연한 비밀에 대하여) 충격을 받게 될지 모르겠다. 중년 이후 독신녀들에 관한 얘기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특히 남자들이) 여자란 남자와 달리 중년 이후에 독신이 되고 나면 로맨스 같은 건 포기하고 살아도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데서 일어난다. 갱년기나 60대를 넘은 여자들에게서는 이성에 대한 관심이나 성욕이 아예 사라지거나 무시해도 될 만큼 충분히 진정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대다수 독신의 중노년들이 부질없는 환상에 매달려 정신적 고통을 당하느니, 가족이나 친척을 비롯한 주변 사회가 요구하는 자제력을 택하여 살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욕망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쯤은 이제 이해해야 한다. 어쩌면 그들은 가족이나 사회가 강요하는 기대에 부응하려는 처절한 노력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중년 이후 여자들의 로맨스는 사회 일반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능동적이며 역동적이다. 대다수 여자들이 그들의 배우자나 남자들로부터 무시당하는 성적 판타지를 같은 여자들끼리의 수다를 통해 풀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하지만, 로맨스에 대한 열망만큼은 남자들과 다를 바 없으며,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강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50대 이상 이혼 남녀를 대상으로 수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이혼 후 2년 이내에 재혼이나 데이트 등의 형태로 새로운 로맨스를 시작한 사람의 비율은 남자나 여자 모두 절반이 넘었다. 남자는 81%, 여자는 75%였다 하니 남자들이 좀 더 적극적이라는 말을 할 수는 있겠지만 여자들의 적극성 역시 크게 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사회적 통념에 의해 남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제를 더 요구받고 있다는 부분을 감안하고 순수하게 성적 욕망이란 측면에서만 보자면, 여자가 남자들보다 욕망이 덜하거나 보다 소극적일 거라는 짐작은 그야말로 오해다.

신체 생리적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환경적응력이 훨씬 뛰어나며, 노년의 건강상태 역시 남자보다 우수하다. 남자들은 여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기가 힘들지만, 여자들은 남자 없이도 아주 잘 산다. 현대에 와서 여자들의 수명이 남자보다 훨씬 더 길다는 점이나 90대 이상에서 여자의 숫자가 남자의 숫자보다 훨씬 더 많다는(대략 75:25 비율로 기울어진다) 점을 생각해 보라.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강한 존재인 것이다. 남자들은 많은 나이까지 용케 살아남는다 해도 젊은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데 비해 여성들은 남성호르몬이 늘어나면서 젊은 시절보다 더 강인해진다.

노년의 일은 일단 젖혀두고 중년기와 가까운 노년기 정도(50-60대)를 생각해보자. 남자들이 아내의 갱년기를 기화로 성적 의무를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여자들은 아직 싱싱하다. 미국에서는 중년까지 독신으로 살던 여자가 67세에 남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내서 평생에 못 다한 섹스를 경험한 뒤 그 모험담을 책으로 엮어 낸 일도 있다(Jane Juska라는 이름을 검색해보라. 생생한 실화다). 50대 이후의 이혼을 보면 남편보다 아내 쪽에서 이혼을 청구하는 비율이 월등 높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성적으로 활발한 동기와 욕구를 지니고 있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몸이 지치고 발기력이 떨어질 때, 곧 부부생활이나 로맨스로부터 은퇴할 것이라고 게으르게 생각하는 남자들이라면 새겨들어야 할 일이다. 당신은 쉽게 은퇴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엄살부리면서 성적 은퇴를 선언한다면 당신은 진짜 ‘퇴물’이 될 수도 있다. 몸을 단련하고 전립선을 추스르면서,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지는 않도록 노력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한의사, 대화당한의원 원장. 한국밝은성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