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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결산은 몇 번이나 하십니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2-21 조회 4181
내용 옛날 사람들은 먼 길 한번 여행하는 것이 평생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한 경우가 흔했다. 교통도 편리하지 않고 길도 좋지 않았다. 가까운 이웃마을이 아니면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알기 어려웠으니 어설프게 길을 나섰다가는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 지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마음 놓고 낯 선 길을 나서기도 어려웠음은 자연스런 일이다.

어쩌다 며칠씩 몇 달씩 걸리는 먼 길을 즐겨 떠도는 사람이 있으면 팔자에 ‘역마살’이 낀 게 틀림없다고들 하였다. 사람의 사주를 보고 어디론가 돌아다닐 운이 있거나 그런 기운이 보이면 역마살이 있으니 조심하라 하여 이 또한 ‘악살’의 하나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 어디든 여행하는 일이란 다분히 모험을 동반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자기 태어난 곳을 떠날 일 없이 무탈하고 조용히 눌러 살 수 있는 것을 복으로 여겼던 듯하다.

하지만 현대인은 엄청난 이동을 하면서 산다. 평생에 긴 여행 몇 번은 얘깃거리도 안 된다. 옛날 사람들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리를 매일의 통근 거리로 삼는 사람들도 숱하다. 어쩌면 길을 오고가는 일에 평생을 소비하며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쯤 되니 부부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먼 거리를 손쉽게 왔다갔다 하다보니 직장을 따라 주말에나 한번씩 만나는 주말부부가 생겼고, 큰 프로젝트라도 맡아서 전념하다 보면 월 한번이나 만나게 되는 월말결산제의 부부도 생겼다. 일년에 한번 자기 고향을 찾는 가을 철새처럼 된 기러기 부부들의 성생활은 연례행사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 격년제가 되기도 한다.

주말결산제에서 연말결산제까지, 부부관계의 다양한 패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이 사회의 근본이라는 전통적 개념에서 보면 심각한 ‘붕괴현상’이 아닌가 걱정이 생길만도 하다. 하지만 생활환경과 조건이 바뀐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현상을 굳이 부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면 부부의 성생활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원론적으로 보면 중장년의 주말결산제 정도는 오히려 성생활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30~40대에 주 1~2회 정도의 관계라면 지극히 정상적인 범위에 든다고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당히 떨어져 지내는 간극이 서로에 대한 연모를 더 촉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간격이 더 멀어진다면 성에 대한 감각이 무뎌질 것을 우려해야 한다. 소녀경의 설명을 빌자면, 오래 가물었다가 한꺼번에 장마가 찾아와 홍수를 이루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므로 그 땅은 비옥하기가 어렵다. 인체의 건강 또한 같은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역마살을 피할 수 없는 게 현대인의 생활이라지만, 그것이 건강과 삶을 황폐화시키지 않도록 지혜를 짜내며 함께 노력하는 가족관계가 필요하다.

대화당한의원 원장 이은주

한국일보 디지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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