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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맹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11-15 조회 4454
내용 갑자기 파경을 맞은 어느 부부의 배후에는 ‘외도’ 문제가 있었다는 소문이다. 그런 소식은 언제 들어도 솔깃하지만, 사실 언제 들어도 식상하다. 사회적으로 가장 흔한 사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잉꼬새를 기르고 있는 친구 하나는 그것들이 얼마나 서로를 애지중지하고 곰살궂게 부벼대는지 눈꼴이 실 지경이라고 자랑을 한다. 알을 품느라 파김치가 된 암컷이 한번 둥지 밖으로 나오면 수컷은 제 부리로 암컷의 깃털을 골라주고 새까매진 암컷의 부리를 닦아주고 난리도 아니란다. 힘겹게 새끼를 까고 기른 암컷이 수컷의 잇따른 애정공세에 짜증(?)을 부리는 것도 잠시, 새끼들을 분가시키고 원기를 회복하기 무섭게 암컷은 다시 알을 낳고 새끼를 품었다나.

잉꼬의 금슬은 옛날부터 소문이 난 것이지만, 간혹 궁금해질 때가 있다. 잉꼬들을 작은 새장 안에 암컷 하나 수컷 하나 넣어 기르고 있으니 그렇지 혹 암수를 여러 마리 한 곳에 넣어 길러도 과연 한 마리의 수컷이 한 마리의 암컷만을 위할까. 한 마리의 암컷이 한 마리의 수컷만을 받아들일까. 만일 잉꼬가 태생적으로 짝짓기를 즐기는 본능을 갖고 있다면, 일대일로 짝을 지워 새장 안에 가두었을 때 제 짝을 애지중지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제 짝에게 얼마나 잘하느냐 하는 것과는 별개로, 또 다른 다수의 새들과 어울렸을 때 다른 암컷이나 수컷에게 한눈 팔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야생 환경에서 자라는 새들 가운데도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새들은 적지 않은데, 대부분의 새들은 한 배의 새끼를 낳아 기를 동안만 일부일처를 유지하는 것 같다. 장성한 직후 한번 짝을 정해서 늙어죽을 때까지 해로동혈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면 대부분의 새들이 짝짓기철마다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시끄러운 구애활동을 반복하지 않아도 될 터이니 말이다.

만일 사람들도 자식 하나 낳아 기를 동안만 일부일처를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짝짓기 철이 따로 없는 동물이니까 일년 사철이 시끄럽지 않을까. 요행히도 자식 하나 낳아 기르는 기간이 10~20년씩 되는 인간은 아예 일부일처를 제도로 삼아 그러한 소란을 떨지 않고 살아간다. 본능과 일치하는 제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간세계가 다른 동물들의 세계보다 안정적이고 질서를 갖춰 돌아가는 데에는 적잖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본능이 부르는 소리’에 곧잘 한눈을 파는 바람둥이들은 결혼식장 주례 앞에서 약속한 맹세에 반한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어떤 변명을 할 수 있을까.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이 한 사람만을 사랑할 것을’ 맹세했지만 ‘이 한사람하고만 응응 할 것을’ 맹세한 건 아니다.”라고 변명할지 궁금하다.

그래서 옛 성인들은 ‘맹세하지 말라’고 충고했던 것일까. 본능과 제도 사이에서 ‘맹세’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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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당한의원/한국밝은성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