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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의 몸은 사랑 앞에 열린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2-17 조회 2801
내용

요즘 TV를 켜면 채널마다 ‘먹방’, 음식 요리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이 많은 요리의 고수들이 그동안 어디에 숨어 있었던 것일까. 수없이 많은 ‘달인’들이 등장하여 요리솜씨를 겨루거나 비법을 가르치고, 창의적인 새 요리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사로잡는다. TV에 등장하는 달인과 고수들의 요리점은 몇 달 예약이 밀릴 정도로 소비자들이 줄을 잇고, 식당가에서는 실력있는 ‘셰프’들의 몸값도 올랐다고 한다.

국물요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국이 끓어오르는 장면일 것이다. 국물이나 기름의 온도가 올라갔을 때 재료가 부글부글 소리 내며 거품을 물기 시작하는 순간은 마치 재료 속에 들어있던 맛과 영양이 환호하며 밖으로 튀어나오는 듯 극적이다. 이때 너무 높은 온도로 끓어 넘쳐도 안 되고, 온도가 부족하여 미적지근하게 끓다 말아도 맛은 제대로 우러나지 않는다. 너무 오래 끓지도 너무 짧게 끓지도 않아야 한다. 맛의 극대화를 위한 섬세한 온도의 조절과 시간조절은 바로 요리하는 사람의 정성과 기술에 달려 있다.
섹스의 과정을 요리에 비유하자면 끓어오르는 순간이야말로 환희의 절정, 엑스터시의 순간에 비할 수 있을 것이다. 몸이 요리의 재료라면 감정은 바로 그것의 맛을 높여주는 불과 같다. 사랑을 나누는 데 있어 최상의 만족감에 이르기 위해서는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감정의 개입과 표현이 요구된다. 성급해도 안 되고 감정이 고조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섹스에서 감정과 몸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마음에서 원하는 감정이 일어나지 않으면 관게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남성은 발기가 더디며, 되더라도 굳세지 않고, 굳세더라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그것은 여성도 마찬가지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는,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대에게 흥분을 느끼기 어렵다. 물리적으로는 몸이 원활하게 열리지 않기 때문에,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억지로 갖는 관계로는 질이 잘 열리지 않아 쉽게 상처를 입거나 고통을 받는 수가 많다. 심하면 관계도중 질 경련이 일어나 곤란을 겪는 수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섹스와 연관되어 생기는 통증을 ‘성교통’이라고 한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자연스럽게 신체교감으로 이어진다는 개념으로 관계가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가장 이상적인 성관계가 될 것이다. 정상적인 부부사이라 하더라도, 상대에 대한 존중과 애정 없이 의무감이나 권리확인 차원으로 이루어지는 섹스는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최소한 어느 한쪽에게는 몸의 고통을 안겨주기가 쉽다. 몸과 마음에 관한 연구는 현대의학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몸이 마음(두뇌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주체)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은 흔히 하는 말이지만,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도 줄곧 있어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추상적인 작용과 실제 그 감정에 따라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작용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 없이 관계가 가능할까’라는 의문만 해도, 질문은 간단하지만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응답은 같지가 않다. 여러 의견을 종합하면 그것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혹 가능하더라도 만족도가 최상은 되지 못한다.

현대의 생리의학자들은 마음과 몸의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을 얻고 있는 듯하다. 연구자들은 우선 사람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 때, 그 감정에 의해 작동하는 내분비계의 작용에서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다. 뇌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면 펩타이드가 발생하는데, 그 펩타이드(대개는 호르몬)는 곧 인체 전체로 퍼지면서 그 감정에 부응하는 신체반응을 끌어낸다. 어떤 대상에게 반했을 때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고 얼굴이 잘 붉어지며 긍정반응이 늘어난다든가, 출산을 앞둔 산모의 몸이 출산과 육아에 유리하도록 변화되기 시작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반응이다. 만약 최고의 엑스터시를 얻기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를 묻는다면, 최고의 기술은 바로 사랑의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있다고 답할 수 있다. 서로에 대한 애정이 최고치로 올라간다면, 섹스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나머지 과정에 필요한 최상의 기교는 두뇌에서 발생하여 온 몸에 혼곤하게 퍼져나가는 호르몬에 의해 저절로 준비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