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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환자들의 고해성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0-12-04 조회 10513
내용 환자를 본다는 것은 단순하게 병증을 살핀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대개 주변 사람들도 잘 모르는 혼자만의 고민들을 들어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질환이 생긴 데에는 그만한 원이이 있게 마련이다. 실생활에서 어떤 스트레스에 쫓기고 있다든지, 어려서부터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했다든지, 과거 어디서 어떤 병을 얻은 적이 있다든지. 의사는 이런 것들까지 세세히 알아야 할 때가 있다. 주량이나 흡연량, 평소 집안의 식탁 환경은 물론이고 질환의 종류에 따라서는 부부관계나 외도습관까지 알아야 할 경우도 있다. 병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성직자못지 않게, 그것도 처음 만난 환자의 사생활을 시시콜콜 많이 듣게 되는 게 의사다.
남성의 전립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립선 세척을 위해 찾아오는 환자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싫으나 좋으나 환자들은 자신의 전립선이 어떤 경력을 갖고 있는지를 설명하게 된다. 전립선이 성(性) 장기이다 보니 이와 관련된 애기들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이 얼마나 솔직하고 충분하게 자신의 과거(?)를 말해주는냐는 의사에 대한 신뢰에 달렸다. 의사에 대한 신뢰는 곧 진료 효과에 대한 신뢰를 의미한다.

간혹 의심많은 성격의 환자들은 의사조차 믿지 않으려 한다. 자신의 병력에 대한 설명도 가급적 줄이고, 상당히 중요한 병력도 감추려 한다. 질환의 특성도 특성이지만 개인마다의 체질과 생활습관, 환경 등 차이도 환자의 병세에 중요한 영향을 갖는 것이어서 불충분한 설명만으로는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는 어느정도 치료 성적에 반영된다.
의사로서 미안한 얘기지만,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들 가운데는 성격적으로 까다롭고 의심이 많은 유형이 더러 있다. 자기 병을 고치려는 것인데도 처음부터 비협조적일 때 의사는 최선의 치료를 장담하기 어렵다.

전립선 세척요법으로 수백명의 환자들을 관리하는 동안 성과는 주목할만 했다. 세척을 시작한 첫회부터 요도를 통해 피나 고름이 씻겨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그만큼 증상이 심하여 치료를 더 이상 늦추지 않아야 할 증거라고 보아진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 놀라 치료를 중단하는 성급한 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꾸준히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정말 털어놓기 어려운 자기 전립선의 과거사도 고백하기 시작한다. 환자가 마치 천진스런 아이처럼 모든 고민을 털어놓고 의사의 조언을 의심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의사로서도 더할 나위 없는 보람과 행복감을 느낀다. 이것은 환자 스스로도 징후가 좋아졌다는 만족감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치료가 끝나갈 무렵이면 새로 태어난듯 활기찬 부부생활이 재개됐다고 서슴없이 자랑하고 사의를 표하는 사람도 있다. 의사에게 그 이상의 보상은 없을 것이다. 신자들이 성직자를 믿고 자기 삶의 오류들을 고백하듯, 환자는 의사를 믿고 정보가 될 만한 모든 생활습관들을 털어놓아야 최선의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역시 의사들에게도 환자 개인들의 비밀을 지켜주는 도의적 의무가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