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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로는 낭만도 휴식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8-14 조회 1534
내용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자. 장구한 천지도 다할 때가 있다지만 우리 한(恨)은 연면히 끊이지 않으리.’
남녀의 사랑을 노래한 시가(詩歌)중에 애틋한 노래들이 많지만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장한가는 그 중 으뜸이다.
전설에나 나오는 비익조(比翼鳥)는 날개가 하나밖에 없는 새라고 한다. 암컷과 수컷이 하나는 왼쪽 날개, 하나는 오른쪽 날개만 가져, 한 쌍의 새가 같이 날개를 펴지 않으면 하늘을 날 수가 없다고 한다. 한 마리만 있으면 새가 될 수 없지만 두 마리가 힘을 합치면 가장 멋진 비행을 할 수 있다. ‘당신이 없으면 나의 존재는 무의미하다’와 같은 절절한 사랑의 상징이겠다.

연리지(連理枝)는 나무다. 현실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데, 본래 서로 독립된 개체였던 나무들이 자라면서 서로 붙게 되어 한 몸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덩치가 커지면서 땅에서부터 서로 밀착하게 되어 마치 부둥켜안은 연인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가지와 가지가 서로 맞닿은 채 체관을 공유하면서 샴쌍둥이처럼 두 개의 줄기를 가진 한 나무가 되기도 한다. 낭만으로 해석하는 사람들 눈에는 두 나무가 서로를 그만큼 좋아하여 포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역시 연인의 상징으로 여겨지곤 한다.

‘하늘이라면 비익조가 되고, 땅이라면 연리지가 되자(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는 이 노래를 읊은 낙천 백거이는 당나라 중기의 문인인데, 과거시험에서 최연소 합격을 자랑할 만큼 재주가 출중했지만 벼슬에 힘쓰기 보다는 글쓰기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담백한 성격에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벼슬살이에 별로 정이 들지 않았던가 보다. 궁중의 요직부터 지방관 자리까지 가리지 않고 벼슬이 주어지는 대로 순응하면서도, 오직 글쓰기만큼은 철저하게 챙겼다고 한다. 남아있는 그의 시문은 거의 4천편에 가깝다.

비익조나 연리지는, 사랑의 완성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과연 좀 더 가까이, 좀 더 밀착하여 서로 잠시도 뗄 수 없게 붙어살게 되는 것이 사랑의 이상형일까. 사람마다 성격에 따라 다르겠으나, 요즘은 이런 ‘밀착형’ 파트너쉽에 집착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10-20년 전만 해도 한 시도 떨어지지 못하는 연인이나 부부는 금슬이 좋다고 하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지만, 요즘 그런 커플이 있다면 ‘답답해서 어떻게 사니’라는 질문을 더 많이 받을 것이다. 한창 사춘기 나이에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인상 깊은 우화를 들은 적이 있다.

달팽이 두 마리가 있었는데, 아주 좋아하는 커플이었다고 한다. 점점 더 좋아져서 점점 더 가까이 지내게 되었는데, 서로 몸에 지닌 집(껍질) 때문에 가까워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닿고 싶은 나머지 달팽이들은 서로 합의하여 껍질을 깨버리기로 했단다. 껍질을 깨버리고 나니 달팽이 커플은 서로 속살까지 맞대고 더 없는 행복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아침이 되고 해가 밝아오자 껍질이 없는 두 달팽이는 점점 몸이 마르게 되었다.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서로 포옹한 채 말라죽고 말았다.
물론 실제 달팽이의 생태와는 관련 없는 지어낸 얘기겠지만,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학생들에게 ‘절제하는 사랑’을 전하는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기운이 교류되고, 음기와 양기의 적절한 교류는 사람 사이에 생기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므로 혼자 지내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종종 어울리는 것이 좋고, 특히 남성과 여성의 교류는 지속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비익조나 연리지처럼 온종일 붙어 지내는 것은 그리 권장하고 싶지 않다. 영양제를 먹는 것이 몸에 좋다 해도 온종일 먹고 있으면 그 효과는 반감될 뿐 아니라 영양의 편중을 가져올 수 있다. 운동이 몸에 좋다 해도 중독적으로 운동만 반복하는 것은 오히려 몸의 피로를 가중시킨다. 라디오에서 좋은 음악이 나오더라도 가끔은 켜고 끄고 하면서 음악과 고요 사이를 오가는 것이, 온종일 지루하게 듣는 것보다 나은 것과 같은 이치다. 하루 종일 사용하는 컴퓨터나 자동차 같은 기계들도 잠시 모든 작동을 멈추고 쉬어준 뒤에 작동성능이 더 좋아지는 것과 같다. 몰두하여 성취하는 것 못지않게, 사람의 몸과 정신은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잠시 떨어져서 적요를 느끼는, 릴렉스의 시간을 또한 필요로 한다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NM

[이은주 밝은 성 연구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