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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넉넉한 마음 되찾고 몸도 기지개 켤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2-18 조회 4230
내용 [동의보감] 춘삼월의 시작


올해는 입춘이 설을 앞질렀다. 동양역학은 흔히 태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 같지만 엄밀하게는 절기가 우선이다. 1년 24절기를 기준으로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는 것으로 본다. 하늘과 더불어 농사를 짓는 농경사회에서는 양력이니 음력이니 하는 숫자 개념의 책력보다는 절기를 따라 농사 일정을 정하는 것이 보통인데, 적어도 농업에 있어서는 절기 후 몇일 절기 전 몇 일로 따지는 절기력이 기후 예측에 한층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한다.
양력에서는 겨울과 여름이 길고 봄 가을은 짧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절기력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균등하게 석달씩으로 나누고 있다. 봄이 시작되는 것은 정월부터 삼월까지인데, 입춘부터 입하(5월5일) 직전까지 석달을 춘삼월이라 부른다.

'봄 삼월은 천지 만물의 기운이 새롭게 생겨나고 번영하는 계절'(春三月 此謂發陳 天地俱生 萬物以榮)이다. 지상에서 체감하기는 11월 동지가 지난 뒤 12월 1월까지 혹한이 지속되지만, 하늘에서는 동지를 기점으로 해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니 이때로부터 천지는 한겨울로부터 유턴하여 봄의 기운으로 돌아 나오는 것이다. 이 기운이 무르익어 마침내 땅속에서 잠자던 씨앗과 뿌리가 깨어날만하게 되었을 때가 바로 입춘이다.

"밤에는 자고 일찍 일어나며, 큰 걸음으로 뜰을 거닐되 머리를 풀고 몸을 편안하게 이완시켜 좋은 뜻이 생겨나도록 한다. 무엇이든 살려주고 불필요한 살생을 하지 말며, 주되 빼앗지 말며, 칭찬하되 욕하지 말라. 이것이 바로 봄의 기운에 응하여 양생하는 법도다" (황제내경 四氣調神大論).

봄을 건강하게 맞는 방법을 이른 말이다. 현대 의학에서도 건강의 개념이 몸의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 영적인 균형까지를 이룬 상태로 다시 정의하였는데, 고대 의서에서는 이처럼 생각이나 행동에까지 건강의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

옛 사람들은 입춘에 빗물을 받아(立春水) 술을 빚거나 부부가 마시면 아들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만큼 양기(陽氣)가 충만한 날이라고 믿었다. 이 무렵부터 봄 나물을 먹는데, 오신채라하여 파 마늘 자총이 달래 유채 부추 무릇 미나리 등의 새로 돋은 싹을 먹고 매운 보리순을 먹었다.

꽃샘추위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제 우리 몸도 기지개를 켤 때다. 가슴을 펴고 활보하여 넉넉한 마음부터 되찾는 일. 움츠렸던 겨울을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원장